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액, 국가는 왜 부담 않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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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3 21:24 입력 2020.11.03 21:26 수정

지난해 서울 등 6개 도시철도서 6234억 발생…갈수록 증가지자체에 고스란히 떠넘겨 국가차원 복지비용 전가하는 셈노후시설 교체 지연…서울교통공사 ‘국비보전 법제화’ 나서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승강장에 게시한 무임승차 관련 대국민 홍보 포스터.

직장인 정인혜씨(35)는 매일 오전 6시30분 6호선 공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이 시간 지하철 안은 늘 60대 이상 승객들로 붐빈다. 정씨는 “이른 시간에 출근하면서 노인 승객들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정씨는 만 65세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긍정적이다. 다만 “지하철에 승차한 어르신 대부분이 무임승차 승객이라고 생각하면 국가의 비용부담이 점점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4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처음 시행해 올해로 36년 된 ‘복지정책’ 중 하나다. 무임승차가 교통약자를 위한 ‘보편적 복지’라는 인식도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자체에는 재정부담을 안겨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3일 서울교통공사 등의 자료를 보면 서울·부산·인천 교통공사, 대구·광주·대전 도시철도공사 등 6개 도시철도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만 65세 이상 인구가 증가하면서 손실액도 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5366억원이던 무임승차 손실액은 2017년 5758억원, 2018년 5896억원으로 매년 증가했으며, 지난해 6000억원을 넘겼다. 2019년 무임승차 손실액은 6234억원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수송 손실 증가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구조적인 적자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향후 노인인구 추세를 고려하면 무임승차 손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통계청의 ‘2019년도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2020년 인구 1만명당 65세 이상 비율은 15.7%로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긴 상태다. 2030년에는 25%로,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무임승차 손실액을 지자체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울 지하철 1·3·4호선 전체 노선 가운데 국영철도인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 대해서만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근거로 무임승차 손실액을 보전하고 있다. 나머지 지하철 노선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전부 지자체가 부담한다. 교통약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는 국가차원의 정책임에도 지자체에 복지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지하철 노후화에 따른 시설 교체가 무임승차 손실액 증가를 이유로 늦춰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는 지하철 1호선이 1974년 8월15일 처음 개통됐다. 전동차와 기간시설들은 노후화된 상태다. 개통 후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전동차와 시설물 교체에 필요한 비용은 연평균 1조5495억원에 달하지만 교통공사는 운영난을 이유로 교체작업에 소극적이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정부가 무임승차 비용 부담에 대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도시철도 공익서비스비용 손실 국비보전 법제화 추진’ 시민토론회를 열어 무임승차비용의 국가부담을 공론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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